후기/📗 개발 서적 읽기

『실패는 나침반이다』를 읽고

무딘붓 2025. 1. 30. 00:07

 

📖 간단한 책 소개와 후기

 

작년 말, 우연히 한기용님의 특강을 들을 기회가 있었다.

 

특강에서 ‘오늘날 커리어는 사다리가 아니라 정글짐이다’. ‘어디서 시작하는지보다 여정과 마지막이 더 중요하다’. ‘덜 겸손하고 더 도전하자’와 같은 조언을 들으며 취업 준비로 좁아졌던 시야가 확 트이는 느낌을 받았다. 그 후 한기용님의 이야기를 더 들어보고 싶어 찾아 읽은 책이 바로 이 책이다.

 

책 속에는 저자가 30년간 실리콘밸리에서 일하며 쌓은 경험담과 커리어에 대한 조언이 담겨있다. 삼성에서 커리어를 시작해 실리콘밸리에서 일하며 배운 점과 장기적인 관점을 기르는 법, 좋은 질문을 하는 법, 효과적인 회고 방법, 리더십에 대한 조언까지 다루고 있다. 취업을 준비하는 사람부터 시니어 개발자까지 두루 도움이 될 만한 책이다.

 

대학 졸업을 앞두고 취업 준비로 바빴던 때 읽기 시작한 책이었다. 계속되는 이력서 작성으로 길을 잃은 듯한 기분이었는데, 책을 통해 다시 나를 돌아볼 수 있어 도움이 되었다. 내가 좋아하는 것과 잘하는 것, 개발자가 되고 싶은 이유를 고민해 보며, 어떤 개발자가 되고 싶은지 목표를 명확히 할 수 있었다. 그 과정이 취업 준비에서도 큰 힘이 되었고, 감사하게도 이제 첫 개발 커리어를 시작하게 되었다.

 

앞으로도 종종 이 책을 다시 펼쳐보며 나를 다시 돌아보려 한다.

 

✍️ 인상적인 내용 정리

 

본인이 20대 중반이라서 나이가 많다고 우려를 표하는 수강생을 보며 처음에는 지나치게 걱정이 많은 사람이라고 여겼는데, 그런 생각을 하는 사람들이 굉장히 많다는 걸 발견했다. 나중에는 이게 개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사회적인 문제라고 생각이 바뀌었다.
100세 시대에는 70대 중반까지 일을 해야 할 확률이 높다. 지금 30대 중반이라면 아직 40년이 남아있고, 40대 중반이라면 아직 30년이 남아있는 셈이다. 내 개인적으로도 여전히 20년이란 시간이 남아있다. 즉, 커리어가 예상보다 더 길다. 커리어 전반기의 실패가 실패로 인한 큰 상처로 머무르지만 않는다면 마냥 실패가 아닐 수도 있다는 뜻이다. 도리어 전반전은 내게 맞는 일과 환경을 찾아가는 과정에 가깝다.
커리어 전반기에는 나이, 나에 대한 고정관념 등으로 인해 자기 검열에 빠지지 않길 바란다. 남과 비교하기보다 현재에 집중하면서 그 과정에 생길 크고 작은 실패를 교훈으로 되새김질해 보면 어떨까. 학습, 네트워킹, 책 읽기, 글쓰기를 통한 회고와 같은 복리 활동을 꾸준히 해보길 추천한다.

 

책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은 “커리어 전반기”와 “커리어 후반기”에 대한 구분이다. 저자는 40대 중반 이전을 커리어 전반기, 그다음을 커리어 후반기로 규정하면서 각 시기에 맞는 전략을 아래와 같이 제시했다.

 

  • 커리어 전반기 → 나의 관심사 위주로 다양한 경험을 해보며 나라는 사람에 대해 배우고, 방향성 찾기
  • 커리어 후반기 → 본인이 잘하는 일 중심으로 깊게 파고 들어가는 전략

 

나도 책에서 언급한 수강생들처럼, 많지 않은 나이에도 불구하고 걱정이 많았다. 하지만 인생을 더 멀리 내다보고 커리어를 설계하는 방법을 읽으며 나도 나이 강박에서 벗어나 인생의 목표를 다시 생각해 볼 수 있었다.

 

좋지 않았던 경험을 갱신하는 것, 싫어하던 것을 해보는 것, 안 해본 것을 해보는 것만큼 가장 크게 배우는 경험은 없다. 실패가 나의 길을 잡아주는 나침판이 될 수 있는 이유다.
적어도 학교 밖의 인생에서 정답이란 없다. 그럼에도 커리어 초반, 크고 작은 결정을 해야 하는 순간에 유혹을 받기 쉽다. 나보다 경험이 많은 사람이 내게 정답을 알려줬으면 좋겠다는 생각에 빠지는 것이다. … 하지만 인생에서, 학교 밖에서는 정답이란 없다. 불확실하더라도 본인의 판단을 믿고 내 생각이 맞는지 부딪쳐 확인해 봐야 한다. 약간의 실패가 수반되더라도 스스로 고민하고 행동한 만큼 성장한다.
무언가 계획했던 대로 되지 않는 경우 나도 모르게 “많이 배웠어”라는 혼잣말을 한다는 걸 알게 됐다. 이제는 와이프도 그 말버릇을 배워서 자주 한다.

 

 

책의 제목 “실패는 나침반이다”와 관련된 이야기도 많다. 실패를 해보며 나의 길을 만들고, 성장하는 방법을 소개한다. 나 역시 아직 실패를 두려워하고 있지만, 책을 읽으며 그동안의 실패에서 배운 것이 많다는 걸 다시 떠올릴 수 있었고, 앞으로도 실패 속에서 많이 배울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하며 더 과감히 도전해보려고 한다.

 

채용 공고와 비교해 본인을 낮게 평가하면 이력서를 내기 어려워진다. 이력서를 못 내면 시작 자체를 못 한다. 오히려 자신의 부족함을 채우려고 취업 준비를 위한 공부가 늘어나는 신박한(!) 사태가 발생한다. 자기 검열이 심리적인 장벽을 둘러쳐 출발조차 못 하는 케이스다.
이력서를 내지 않아서 아무 일도 생기지 않는 것보다는 이력서를 냈는데 떨어지는 편이 도움이 된다. 나의 이력서를 평가하는 주체는 내가 아니라 채용 담당자, 리크루터가 하는 일이라는 점을 염두에 두자.
커리어를 마치 수능처럼 여기는 프레임에서 빨리 벗어나야 한다. 오래 공부해서 한 큐에 큰 회사에 가면 커리어가 완성된다는 기대에서 탈피해야 한다. 빨리 실전에 돌입해서 돈을 벌고, 거기서 성장해서 본인이 추구하는 그 다음 단계로 옮기겠다고 관점을 전환하면 어떨까

 

나와 같이 취업을 앞둔 학생에게 도움이 되는 내용이 많았다. 저자가 커리어 코칭을 하며 겪은 여러 취준생의 사례가 내 모습을 보는 듯했다. 이 외에도 질문하는 법, 피드백 주고받기, 리더십에 대한 이야기 등 현직자에게도 도움이 될만한 이야기가 많았다. 개발자라면 누구나 한 번쯤 읽어보라고 추천하고 싶다.

 

📝 추가로 기억에 남는 문장 정리

 

변화하려면 내가 가진 걸 하나라도 내려놓아야 하는데, 과거의 나는 무엇 하나도 버릴 생각이 없었다. 애초에 하나를 내려놓으면서 새로운 기회, 배움과 맞교환한다고 생각해야 마땅했다. 허나 그러지 못했다.
한 걸음 물러나 나의 인생 궤적을 들여다 봤을 때 내가 우상향으로 성장하고 있다면 그걸로 족하다.
타인을 비교 대상이 아닌 본받고 싶은 롤모델로 설정해 노력의 원동력으로 삼으면 어떨까.
내가 잘하는지, 재능이 없는 게 아닐지 자꾸만 의문을 품지 말고 1년, 2년, 5년 그냥 쭉 해보는 것. 이것이야말로 성장 마인드셋의 본질이라고 본다. 타고난 능력에 매달려 시도하지 않는 고정 마인드셋에서 벗어나 ‘처음에는 잘 못하더라도 열심히 꾸준히 시도하면 잘 할 수 있다’고 믿는 태도다.
효율적으로 일하며 인정받고 싶다면 ‘질문 요정’이 돼야 한다. … 질문을 잘하는 사람들의 또 다른 특징이 있다. 그들은 “다시 설명해달라”고 하지 않는다. “본인은 이렇게 이해했다”고, 본인이 이해한 게 맞느냐고 묻는다. 의역(Paraphrase)의 기술이다.
그동안 스스로 고생해서 이룬 경력을 ‘물경력’이라고 치부하는 관점은 그다지 건강하지 못하다고 생각한다. 꼭 나쁜 경험 혹은 도움이 안되는 경험이라고 단정지어야 할까? 그보다는 내가 그 과정에서 무엇을 배웠는지, 어떻게 개선해 나갈지 객관화해 보는 작업이 필요하다. 그래야 회사의 크기와 상관없이 스스로 성장하는 마인드셋으로 이어진다. 이러한 태도야말로 변화를 받아들이고 적응력을 키우는 관건이라 할 수 있다. 물경력이 아닌 ‘땀경력’이라고 바라보자.